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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된 예민함01 _ Meltdown 2009-2018

표 갤러리 2013

많은 종류의 미디어들이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는 시대이다. 공중파 3사를 기 본으로 많은 케이블 방송들이 개국하였으며, 종편방송국들도 자리를 잡아가고, 또한 많은 영화사들은 매년 다양한 영화들을 제작하고 있다. 이렇게 제작되어지는 수많은 미디어들이 유행처럼 표방하는 것은 “리얼(REAL)”이다. 더 실감나고 생생한 것들을 위해 모두 다 짜여 지지 않은 것처럼 보여주려 함이 소위 말하는 대세이고, 뉴스는 더욱더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음 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은 여전히 그들만의 정치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또 한 영화는 더 실감나는 연출을 해내는데 여념이 없으며, 더욱더 실감나는 효과를 위해 3D, 4D영화제작으로 입체적인 영상뿐만 아니라 냄새와 느낌까지도 전달하기 위한 영화를 만들 어내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이 미디어들을 접하고 있는 청중은 그것들이 강조하고 있는 ‘실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전제를 조작된 채로 세뇌 당하고 있으며, 각각의 미디어매체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주관성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 일쑤이며, 이런 성향을 역으로 이용한 미디어는 그것들을 권력으로 여기고, 활용하고 있다.

이런 ‘사실의 재현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쩌면 무서운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 들의 생각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디어가 원하는 의식구조로 흐른다는 것은 안 그래 도 획일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현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머릿속까지 그들에게 맡겨지는 일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어디까지가 연출되어진 상황인지, 혹은 최소한 미디어매체가 어느 정도는 조작되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도 인지한 상태로 미디어를 접하는 일, 이것이 미디어를 보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책임감이며 도덕성이지 않을까?

이런 이유들로 극도로 현실적인 비현실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현실적인 비현실을 보여주는 이 프로젝트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분히 현실적인 사물을 흰 페인트에 담가 그 페인트가 뚝뚝 떨어지는 장면을 마치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으며, 이것들을 Meltdown (녹아내림)이라 이름 짓고, ‘사실은 이것이 녹는 것이 아니라 굳어가는 것을 당신은 녹는 것 처럼 보고 있습니다.’라고 알려주는 행위 까지를 통해 현재의 미디어들이 행하는 속임에 대 한 비판 혹은 비난을 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한 사물에 흰 페인트를 뒤집어씌움으로써 그것들의 질감과 속성을 마 치 디지털적인 조작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 심지어 그것들을 공중에서 촬영 하는 행위, 즉 낚싯줄 등의 일체의 조작행위 없이, 또한 일체의 디지털적인 후반작업 없이 시작에서 완성에 이르는 일련의 작업행위를 통해 나의 작업을 보는 청중들이 미디어매체의 대상이 되는 순간에 가져야하는 비판적 의식의 당위성을 설득한다.

또한 흰 페인트를 이용해 하얀 사물인 것처럼 보여 지는 것이 사실은 수많은 다양한 톤의 회색들로 이루어진 이미지들이며, 실제로 이미지 안에 흰색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흰색만의 독특한 성질도 이 설득을 뒷받침하리라 믿는다.
이처럼 미디어를 수단으로 한 미술행위를 통해 비판하려는 것은 미디어가 가진 그들의 권력 만은 아니며 미디어매체가 이미 성향처럼 지니고 있는 정치적 관점들을 의식 없이 바라보는 나를 포함한 우리의 모습을 보다 비판하고자 함을 덧붙여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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